김선주 (EH 영어교육연구소 대표)
영어이든 한국어이든 대화에 필요한 문구들을 문법적으로 잘 만들어 내고 어려운 표현을 잘 구사할 수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어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가지 못한다면, 그 언어구사능력을 활용할 기회조차 없게 될 수 있습니다.
이렇게 언어구사능력 만큼이나 사회적, 전략적으로 상황과 문화에 맞게 대화를 잘 이끌어 가는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넓은 의미에서 의사소통 능력(communicative competence)에 포함됩니다.
대화를 하다 보면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고 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. 그렇다면 어떻게 남에게 호감을 주는 대화를 지속할 수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.
애런슨과 린더의 호감실험: Gain-Loss Model of Interpersonal Attractiveness (Aronson & Linder, 1965)에서는 진짜 실험참가자들과 미리 계획된 가짜 실험참가자들을 섞어 몇 개의 팀으로 일하게 한 후, 가짜 실험참가자들이 제3자 (다른 평가자)에게 자기 짝인 진짜 실험참가자에 대해 평가하는 소리를 일부러 엿듣게 하였는데, 미리 준비한 아래 네 개의 항목 중 하나로 자신을 평가하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해 호감의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.
호감순위(낮음-높음) | 평가 패턴 | 설명 |
1 | 긍정-부정 | 처음에는 좋게 평가하다가 나중에 나쁘게 평가하는 것예) 보고서 방향 잘 잡았네. 근데 내용에 일관성이 없어 보여. |
2 | 일관된 부정 | 처음부터 일관되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예) 너는 성격이 좀 까칠한 편이야. 게으른 면도 있는 것 같아. |
3 | 일관된 긍정 | 처음부터 일관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예) 너는 성격도 좋아. 얼굴도 한 인물 하는 것 같고. |
4 | 부정-긍정 | 처음에는 부정적인 부분을 지적하다가 긍정적인 평가로 마무리 짓는 것예) 국이 좀 짠 듯 해. 근데 이 두부반찬은 정말 잘했다. 너무 맛있네. |
실험군들은 1번 패턴의 평가에 가장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고, 2,3,4의 차례대로 호감을 보였다고 합니다. 흥미로운 것은 일관된 긍정보다 부정-긍정의 패턴에 더 호감을 보였는데요. 이는 너무 칭찬일색으로 평가를 하는 경우 4번의 부정-긍정보다 오히려 칭찬의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게 되는 것입니다.
1번의 긍정-부정은 앞에 아무리 좋게 평가를 해 주더라도 말끝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면, 앞의 긍정적인 평가조차 탐탁지 않게 여겨지게 된다고 합니다.
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, 인간관계에서 무조건 좋은 말만 할 수는 없겠지요. 영어이든 한국어로든 대화를 이어나갈 때 이 호감실험 결과를 기억해서 상대방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 보세요.